묵식은 그를 밟아 죽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게 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낮게 내리깐 목소리로 음산하게 말했다. “꺼져.” “어,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주공자는 웃는 얼굴에 못이 박혀 잠시 멍해졌다가 매섭게 변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지 알게 뭐야?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안 보여? 빨리 꺼져!” 고망은 그의 폭...
묵식은 들끓는 가슴을 끌어안고 향낭을 한참 보다가 몇 글자를 천천히 뱉어 냈다. “누가 준거야.” 고망이 그 눈 안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느낀 듯 향낭을 다시 품 속에 집어넣고 심장 가까이 붙이며 동문서답을 했다. “내거야.” 자기 것이라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 이런 지경이 된 데다 단지 안에 한 푼도 없었으면서 그런 고급스러운 향낭을 살 수 있었다고? 화...
jié guò jiǔ zhòng chéng guān 劫过九重城关, 아홉 겹 성을 털고 wǒ zuò xià mǎ zhèng hān 我座下马正酣, 한창 기분이 좋아 말에 앉았는데 kàn nà qīng piāo piāo dí yī bǎi 看那轻飘飘的衣摆, 그 가볍게 나부끼는 옷자락을 보고 chèn cā jiān bǎ qún xiān 趁擦肩把裙掀。 마침 스쳐 지나...
무슨 일이지… 어떻게 비어 있을 수가 있지? 펄펄 끓는 물에 얼음물을 한 됫박 끼얹은 것처럼 끓어오르던 것이 잠시 가라앉고 김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묵식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어지럼증 속에서 멍하니 생각했다: 분명 손님이 방에 들어왔었는데 어떻게 단지에는 패화가 하나도 없을 수 있는 거지? 서, 설마 치욕을 줄 대로 주면서 돈도 주지 않은 건가? 희화군...
만일 시간을 삼일 전으로 돌려 누군가 묵식에게 헤헤헤, 희화군. 몰래 알려 드리는 건데요, 삼일 후에 당신은 계집질을 하러 갈거에요! 라고 예언했다면, 묵식은 분명 그 사람의 아구창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한담”이라는 두 글자에 손가락을 올리긴 했지만 그의 말끔하던 얼굴은 새파랗게 ...
손님이 있었다. 묵식은 순간 참을 수 없는 격노와 불쾌감을 느꼈다. 가슴 속에서 분기가 끓어올라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가? 고망을 찾아 목패를 뒤집은 사람들을? 그들은 돈을 쓰고 재미를 보려 온 것뿐이었다. 망서군을? 그는 분부에 따라 죄를 지은 신하에게 모욕을 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고망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 만...
그는 꿈 속에 있는 것 처럼 고개를 돌려 익숙한 그림자를 하나 보았다. 비요대의 달빛 속, 오동나무 꽃 아래 조용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은 물론 고망이 아니었다. 고망일 수가 없었다. 정신이 든 묵식은 조용히 마음속으로 조소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말을 건 사람은 인상이 부드러운 사내였다. 그는 나무로 된 휠체어에 앉아 수수한 겨울...
이튿날, 대군이 개선했다.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하는 남녀노소에 성이 열기에 가득찼다. “북경군이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대오가 성에 들어서자 뜨겁게 달구어진 기름 솥에 물을 한 바가지 끼얹은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관도의 양쪽에서 삽시간에 끓어올랐다가 또 그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광란에 재빨리 뚜껑을 덮은 것처럼 어색하게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
눈 깜짝할 사이에 북경군이 변경을 지킨 지 만 2년이 흘렀다. 십만 대군이 물가에 막사를 치고 주둔했다. 오늘 밤이 지나고 다시 내일 하루 동안 길을 재촉하면 금의환향을 할 수 있었다. 수사들은 솥을 묻고, 밥을 짓고, 말을 먹이고, 옷을 빨았다. 큰 강의 물결이 석양빛에 반짝이며 강 옆에 엎드려 누운 영수를 비추고, 얕은 물목에서 맑은 물을 떠가며 목욕을...
묵식이 제도에서부터 온 밀지를 받고 얼마되지 않아 고망이 곧 돌아온다는 소식이 중화의 황제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고망의 처벌 또한 함께 공표되었는데— 망서군望舒君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맡긴다. 소식은 온 중화 내에 빠르게 퍼져, 묵식의 대군은 먼 북쪽 국경에 주둔해 있었는데도 삼일 만에 이 일을 전해들었다. 북경北境 군에는 큰 소란이 벌어졌다. 겉으로는 ...
해가 질 무렵, 중화의 변경에는 어설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땅 위에 한 겹씩 무구한 순백을 쌓았다. 그 위에 마차의 바퀴며 행인이 서로 다른 깊이의 흔적을 남기고 지나갔다. 장터에서 호떡을 팔던 곰보 왕이는 자욱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있는 힘을 다해 호객성을 질렀다. “오세요! 방금 화로에서 나온 호떡 1)입니다!” 그는 화로 주변에 걸어 놓았던 다 망...
여오余污 - 남은 더러움, 남은 오점. 한줄 소개: 제일 버릇없는 포로, 제일 반듯한 장군을 말랑하게 만들다. 털 곤두세운 공 x 푹신보풀 수 더 뭐가 많이 붙은 소개: 나라를 배신한 장수 고망顾茫이 다시 모국으로 돌아오자 모두가 그를 없애버려야만 속이 시원할 거라 생각했다. 듣자 하니 그를 가장 미워하는 이는 과거 그와 가장 친한 형제였던 고결하고도 무욕...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