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선 사람은 군정서에서 직분이 아주 낮은 편에 속하는 여 수사였다. 마흔 주변 정도 되었을까, 평소에 그다지 목소리가 큰 사람은 아니었다. 묵식은 조금 의외라 생각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저…… 방금 국자감에서 소식이 왔는데요, 저희 집 딸이 장풍군의 따님에게 맞아서 조금 다쳤답니다. 마음이 놓이지를 않아서 가서 보고 싶은데 아직 정리하지 ...
고망은 망설임과 경계, 망연함과 곤혹스러움이 뒤섞여 내달리는 눈동자로 사람을 얼떨떨하게 쳐다보았다. 결국 그는 앞으로 나아가 탐색하듯 손을 들어 묵식의 목덜미를 만져보았다. 묵식이 급작스레 고개를 들어 희미하게 붉어진 눈가로 그를 노려보았다. 요동치는 감정으로 인해 그의 호흡은 조금 거칠었고, 옷깃이 살며시 벌어져 목 위의 연꽃 인장이 혈관 부분에서 살아있...
사악, 사악. 낙매 별원 밖에서 낮은 품계의 수사가 백옥빛 청석 위에 떨어진 오동나무 잎을 쓸고 있었다. 갑자기 검은 가죽 군화 한 쌍이 그의 시야 안에 나타나, 수사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들어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손님, 하늘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저희 별원은 술시에 문을 여니 조금 더 늦게 방문해 주시면—” 수사...
이미는 잠시 멍해졌다. “예?” 아직 고개를 들지 않은 묵식의 깊은 눈매가 손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안에 덮여 눌려 있었다. 그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맹맹한 기가 조금 섞여있었다. “아직도 조금은 기억하고 있는 일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정신도 완전히 망가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연기하는 거야.” 이미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제 내일 올릴 분량부터 해서 우리 고기만두 작가님의 여오 무료 분량이 4화 남았습니다. 이제 소설의 1/10 정도 달려왔네요! 어유 깜깜해라... 저는 일단 공식 정발본이 나오기 전까지 더욱 많은 분들에게 여오를 영업하기 위해서 계속 번역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VIP 챕터부터는 전체 공개를 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거나 팬이 늘면 작...
피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졌다. 모용연이 어깨를 부여잡았다. 비단옷이 빠르게 물들고, 새빨간 색이 손가락 틈으로 흘러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놀라서 더듬거렸다. “주, 주인님……” 그 누구도 상처를 입는 사람이 모용연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망서부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 “빨리 약 가져와! 얼른 요합영산疗合灵散 1) 가져오라고...
“희, 희화군, 이건……?” 묵식이 이를 악 무는 동작이 그 하얀 얼굴위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분명 수려하기는 하였으나 섬뜩했다. 그는 그 큰 체격으로 사람들을 굽어보다 그 찌르는 칼 같은 시선이 고망의 몸에 닿으려는 찰나 어쩐지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희화군……?” 모용연도 삐딱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어, 희화군, 잘 있더니만 왜 갑자기 화가...
고망이 집사에게 잡혀왔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두 발로 그림자 속에서 몸을 드러낸 그의 목에는 쇠뭉치가 씌워져 내내 절그렁절그렁 소리를 냈다. 저번에 묵식이 그를 보았을 때와는 달랐다. 그 때의 고망은 아마 자신의 영역에 있었기 때문인 듯 항상 차분하여 조금의 불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고망은 차분하기는 했지만 온 몸의 근육은 뻣뻣하게 긴장되어 ...
“어, 고망만 부르십니까? 망서군, 몇 명 더 부르지 않으시고요.” 희화와 망서, 이 명망 높은 신군 둘이 다 고망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을 아는지라 어떤 사람이 사양하지 않고 고망을 비웃었다. “지금 고망은 그 모양이라 흥을 깨뜨리지 않으면 다행이겠습니다.” 모용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묵식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오리지널 링크: 유투브 링크 (원 제작자가 올린 건 아님, 유투브 플레이어가 바로바로 플레이 하기 좋아서 넣어두지만 여유 있을 땐 오리지널로 봅시다!): tā rú shuǐ zhū màn rù qīng hé 她 如水珠漫入清河 그녀는 물방울처럼 푸른 강에 넘쳐들어 tì dà qiān shì jiè 替大千世界 끝없이 넓은 세계를 위해 yáo yè qǐ hóng...
모용연이 손을 흔들었다. “스스로 매도록 해. 내가 부탁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모용 도련님’?” 옆에 있던 묵식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모용연, 너무 심하게 하지 마라. 쇄노환은 전하 1) 의 윤허가 있어야—" 반쯤 말하고 고망에게 끊겼다.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하사해주신 주인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망이 큰 소리로 묵식의 말을 막아 이의를 제기할...
이미는 묵식처럼 겉과 속이 다른 사람 밑에서 집사로 일하는 건 정말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는 차라리 열 여덟 첩을 데리고 있는 유 대인에게 가서 일을 할 것이었다. 그 열 여덟 첩들의 근심걱정을 한데 모아 놓아도 이 냉혹한 묵 사령관에게 비할 만큼 복잡하진 않을 터였다. 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돌릴 수 없는 것이라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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